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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언 2018-10-15 14:02:00
밤늦도록 불빛이 새어나오는 2층 열람실
사자성어 중에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진나라의 차윤(車胤)이 반딧불로 글을 읽고 손강(孫康)이 눈빛으로 글을 읽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써 고생 속에서도 꾸준히 공부하여 얻은 보람을 이르는 말이다.

하루 일과를 다 마친 후 제법 어둠이 깔리도록 당직 업무를 서고 있던 깊어가는 가을밤, 2층 열람실(학습실)에서 간간히 인기척이 들린다. 그러니까 사람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이다. 취업준비나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밤늦도록 공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다. 그런데 언뜻언뜻 들리는 인기척과 소곤거림으로 미루어 보아 한 사람이 아닌 복수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요즘 각종 매스컴을 통해 심심찮게 들리는 화두 중에 청년실업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청년실업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기 위해 밤늦도록 공부하는 모습은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짠하기 그지없다. 지난 번에도 2층 열람실(학습실)에서 밤늦도록 공부한 여성 이용자께서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여 당당히 합격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드린 바 있다.

앞마당으로 나가서 2층 열람실(학습실)을 올려다보니 예상대로 역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아직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잠시 후 2층으로 통하는 계단에서부터 시끌벅적한 소리가 내려온다. 이것은 분명 공부를 마치고 귀가 중이라는 사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하는 본능적 감각이다. 그런데 현관 복도를 빠져나가는 뒷모습을 확인한 결과 모두가 등에 가방을 멘 사춘기의 소녀들이다.

조금 전부터 바깥마당에는 승용차 한대가 시동을 켠 채 마냥 대기하고 있었는데 아니다 다를까 현관문을 빠져나간 소녀들이 헤드라이트 불빛의 승용차로 접근을 한다. 아하, 그렇다면 전체 그림의 윤곽이 나오는 것이다. 인근 학교에 다니는 여중생들이 중간고사 시즌에 즈음하여 시험 준비를 하느라고 삼삼오오 도서관을 찾았고 자녀들의 어두운 밤길의 귀가를 돕기 위해 부모님이 승용차를 몰고서 손수 찾아오신 것이다. 아무도 관심 있게 지켜보지 않는 가을밤의 이 애틋하고 살가운 장면을 반딧불은 어디에도 보이지도 않고 밤하늘에 뜬 달이 저 혼자서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형설지공]이라며 읊조리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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