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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택 2023-02-01 21:55:00
입춘대길을 앞두고
귤이 웃는다

백숙현

인도 여행에서 돌아온 친구가 담배를 돌렸다
담배에서 녹차 맛이 났다
가볍고 부드러운 음악이 흘렀다 연기처럼 가벼워지고 싶었다
외투를 벗었다
양말을 벗었다


묶었던 머리를 풀어헤치고 스카프를 휘날리며 춤을 추었다
친구들이 킥킥대며 웃어댔다
그들을 향해 탁자에 있던 귤을 던지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머리에 명중하자 웃음소리가 더 높아졌다
벽이 눈물을 흘렸다


깨진 귤들이 바닥에 뒹굴었다
창문은 창문
탁자는 탁자
술잔은 술잔
귤은 귤
그러므로 나는 나



도마와 밥솥을 집어 던졌다
저울과 모래시계와
금이 간 거울
때묻은 경전과
백 년 동안의 고독*을 던졌다
담배 한 개비 다 타들어 가도록
나는 던져버릴 게 너무 많았다



애인은 여당을 찍고 왔고 나는 야당을 찍었다
서로의 이해는 아귀가 맞지 않았으므로 나는 왼손으로 문을 열고
너는 오른손으로 문을 닫는다



손을 잡으면 옮겨오는 불편을 참으며 나는 등을 돌리고
너는 벽을 보며 자기를 원한다



악몽을 꾸다 침대에서 깨어나며 나는 생각한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애인을 바라보며 우리의 꿈이 다르다는것을



나는 수많은 악몽 중 하나였지만 금방 잊혀졌다



벽마다 액자가 걸렸던 흔적들이 피부병처럼 번진다
벽마다 뽑지 않은 굽은 못들이 벽을 견디고 있다



더는 넘길 게 없는 달력을 바라보며 너는 평화,
말하고 나는 자유, 말한다



우리의 입에는 답이 없다 우리는 안과 밖
벽을 넘어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나를 견디고 너는 너를 견딘다



어둠과 한낮 속에서 침대에 누워 있었다
티브이를 끄지 않았으므로 뉴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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